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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해

[스크랩] 겨울 속에 봄이 있다

하늘 담고, 땅 담았습니다.

볕이 좋아 밖에 나와보면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이 가시에 찔리는 것처럼 놀라게 합니다.

부처꽃입니다. 자잘자잘한 자주색 꽃이 물가에 곱게 피어납니다.

연꽃을 부처님께 바치지 못한 이들이 연꽃 피는 연못 주변에 피는 꽃 꺾어 바쳤는데 그 꽃이 부처꽃이라고 합니다.

잎이 녹색으로 춤을 추더니 바람불어 싸늘한 날 지나 서리맞고 물들었습니다.

진한 서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부처꽃은 해빛을 보고, 햇빛은 서리를 보고, 서리는 부처꽃을 보고 웃습니다.

서러운 세상살이 속에서 가난한 이들의 마음 안고 있는 부처꽃이 따뜻하게 와 닿습니다.

삶의 희망이 묻어 뜨거운 가슴으로 서리로 녹여가며 겨울 볕과 눈맞춤하고 있어요.

아름답게 피어나 눈동자 붉게 물들인 꽃무릇 녹아들어 대지 위로 올라온 잎 만났습니다.

사라지면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울을 야무지게 보내야 그 빛이 붉고 아름답습니다.

서릿발에 얼고, 바람을 견디며 지켜온 잎들이 볕받아 새로운 봄날 꿈꾸며 삽니다.

가슴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경험하지 않고 어찌 붉은 가슴을 내 보일 수 있을까?

다닥다닥 붙어버린 서릿발에 송곳처럼 파고드는 추위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갑니다.

가을 날 붉게 피었던 뜨거운 마음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칩니다.

불길처럼 타올랐던 가슴이 칼바람에 식어가고,

날카로운 얼음 끝이 심장까지 차올라 왔을 때, 내 몸 녹아지고 붉은 꽃 피어 올리겠지요.

꽃배추를 만납니다.

두 번 겨울을 맞는 잎이 단단하게 보입니다.

고운 빛으로 서리발 맞으며 지켜온 옷이 빛납니다.

파란 하늘 담아 뜨겁게 빛을 맞이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리 곱게 차디 찬 날을 보내는 것은 그리운 마음이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새색시 볼처럼 곱기만한 색으로 겨울을 보내는 잎가장자리엔 서릿발 깊게 섭니다.

겨울을 부드럽게 따뜻하게 보내는 렘즈이어입니다.

양의 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지는 식물이라 특별했습니다.

포근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귀처럼 부드럽고 행복합니다.

부드러운 벗이 있어야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고 웃습니다.

찬 기운이 돌면 피는 국화는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국화는 겨울속에서 서리를 맞습니다.

국화는 추위를 끌어안고 삽니다.

몇마디 말로 국화를 표현한다는 것이 미안합니다.

화려한 국화의 축제를 간적이 있었지요.

그 화려한 모습속엔 사람들의 욕심이 들어가 있지요.

사람의 손길 닿지 않는 곳에 피고 지는 국화 향에 얼었던 마음을 녹입니다.

추우면 추울수록 옷 벗습니다.

11월 추운날, 12월 말일에...

옷을 더 많이 입어야지....할 때에

하나씩 옷 벗는 목련입니다.

겨울이 깊어 갑니다.

겉으로 입는 옷으로 겨울을 버틸 수 없습니다.

속에 있는 불이 올라와야 버틸 수 있습니다.

목련 꽃 눈이 꽃 피울 때까지 나무는 불 뿜어 올리는 것이지요.

3벌에서 4벌을 벗고 마지막 속옷까지 벗고 나면 그 때 하얗게 꽃을 피웁니다.

산다는 것은 겉옷 잘 입으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불 뿜는 속사람으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

사철나무가 단단해 보였습니다.

노랑배허리노린재가 사는 곳이었습니다.

단단해 보이는 씨앗까지 노랑배허리노린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햇볕한줌과 사철나무 즙액을 맘껏 먹고 자라는 노랑배허리노린재가

추워서 더 이상은 못 버티고 집안으로 날아 들어왔습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사철나무는 오늘도 푸릅니다.  

덮인 낙엽속에 신갈나무 도토리가 싹 내고 뿌리를 깊게 뻗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위로 자라려고 하지 않고 도토리를 떡잎 삼아 뿌리를 아래로 아래로 뻗어가고 있겠지요.

그리고 뿌리를 단단히 한 다음 봄이 오면 여리디 여린 잎과 가지를 쑤욱 올리겠지요.

겨울 사는 일이 아릅답습니다.

추위를 녹여가며 준비하고, 움직이고, 뻗어가고 있습니다.

알맞은 때를 나에게 선물로 주신 것 감사합니다.  

출처 : 뜨마의 생명을 노래하는 숲 기행 꽃 이야기
글쓴이 : 김성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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