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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나

황홀한 첫 데이트?

 

산 좋아 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

얼마전에.

"엄마. 토요일 마다 엄마 따라 산에 가도 되요?"

라고 묻는다.

하나의 소망중에 소망이 이뤄지나?

마음속에 담아둔 소망이....

"당연하지."

이렇케 약속한 첫날 토요일이다.

새벽에 소리 없이 눈이 온것을 보고 얼마나 좋아 했던지....

눈 쌓인 날은 여지 없이 산에 오르고야 마는 승질이라.....

어떻케든 산으로 향하는데,

아들과 첫 데이트를 할 생각을 하니 황홀하기 까지 했다.

 

 

 

 

 

 

해가 중천인데...

남편은 보내줄 생각을 안한다.

눈쌓여 있고 길이 미끄러우니 계속 붙잡아 놓을 심산인가 보다?

 

 

 안되 겠다 싶어 쌓인 눈 위에 차 바퀴 자국이라도 내고 갈려 하니

그 때서야 눈을 치워준다.

 

 눈 치우는 거 보고 엄청 놀랬다.

잘 치운다.

날라 다닌다.

잠깐 사이에 말끔 하게 치워낸다.

역시 일 하나는 끝내 주게 하는 군???

 

 

 

 벌써 모악산 정상 팻말이???

빠르네.

넘 빠른거 아닌가?

 

 아들과 산에서 먹을려고 컵라면 두개 준비해 오고.....

 

 넘 추운데 컵라면이 왜 그리 따뜻한지

정말 맛있는거 같다.

이 맛을 봐야 되는데????

이 맛을 못 보여 준게 넘 아쉽다.

 

춥고 바람불고

카메라를 꺼내면 손이 얼어서

사진도 없다.

사진 찍을 기분도 영 아니다.

그런데.

이건 도저히 그냥 못 지나 가겠다.

 

 

이렇케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내 사랑하는 나의 왕자님은 왜 나를 버린건지???

 

야속하다.

 

그렇게 나의 왕자님과의 첫 산행의 황홀한 데이트는 시작도 못하고 끝나 버렸네요.

 

나의 왕자님.

오늘 아침을 잊지 말아 주세요.

청바지를 등산 바지로 바꿔 입히고.

양말을 다시 두꺼운 등산 양말로 바꿔 신으셧죠?

혹시 몰라 아이젠은 등산 가방에 세개를 챙겨 넣으셨죠?

컵라면 물은 오래 끓여야 되기에

꺼주신 불을 다시 켜달라 한거 기억 하시죠?

 

아니 어찌 그런 왕자님이

주차장으로 내려와 마음이 변하신건지?

"엄마 자전거 타면 안되요?"

"이렇케 눈이 오면 자전거 타야 되는데."

"눈 올줄 알았으면 산에 안간다 하는건데?"

 

두 마음을 품은 아들을 차에 태웠습니다.

일단은 제가 이겼네요?

 

차를 타고 아파트 주차장을 벗어 나기전 아들은 한번더 제게 부탁합니다.

"엄마!"

"목요일 가줄 께요."

"방학하고 바로요."

그렇게 나의 왕자님은 나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러 가버렸네요.

 

황홀한 첫 데이트는 시작도 못하고 물 거품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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